구운몽 (九雲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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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운몽(九雲夢)-39 구운몽 下-16 덧글 0 | 조회 543 | 2015-06-27 22:57:09
학전  

구운몽(九雲夢)-39 구운몽 下-16

 

승상이 말하였다.
  "정씨가 지금 내 앞에 앉았는데 어찌 '들어오지 못하리라.' 하십니까?"
  난양이 말하였다.
  "옛 사람이 술잔의 활 그림자를 보고 병이 들어 죽었다더니 승상이 또 그러하십니다."
  승상이 대답하지 아니하고 두 손만 내어 두르자, 영양이 병세가 흉함을 보고 다시 속이지 못하여 나아가 앉아 말하였다.
  "승상이 죽은 정씨를 이렇듯 생각하니 산 정씨를 보면 어떠하시겠습니까? 첩이 과연 정씨입니다."
  승상이 말하였다.
  "부인은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정씨의 혼이 지금 내 앞에 앉아 나를 황천에 데려가 전생의 연분을 맺자 하고 잠시도 머물지 못하게 하니 산 정씨가 어디에 있겠소, 불과 내 병을 위로코자 하여 산 정씨라 하지만 진실로 허망합니다."
  난양이 나가 앉아 말하였다.
  "승상은 의심치 마십시오. 과연 태후 낭랑이 정씨를 양녀로 삼아 영양공주를 봉하여 첩과 함께 상서를 섬기게 하였으니, 오늘의 영양공주는 전일 거문고 희롱하던 정소저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찌 얼굴과 말소리가 심히 같겠습니까?"
  승상이 대답하지 아니하고 가만히 소리내어 말하였다.
  "내가 정가(鄭家)에 있을 때 정소저에게 시비 춘운이 있었는데, 한 말을 묻고자 합니다."
  난양이 말하였다.
  "춘운이 영양을 뵈러 궁중에 왔다가 승상의 기후(氣候)가 평안치 아니 하심을 보고 밖에 대령하였습니다."
  하고, 즉시 춘운을 부르니 춘운이 들어와 앉으며 말하였다.
  "승상께서는 기체 어떠하십니까?"
  승상이 말하였다.
  "춘운 혼자만 있고 다른 사람은 다 나가시오."
  두 공주와 진숙인이 나와 난간에 나와 앉았는데, 승상이 즉시 일어나 세수하고 의관을 정제해 춘운으로 하여금 '데려오라.' 하니 춘운이 웃음을 머금고 또 나와 전하자 다 들어갔다. 승상이 화양건(華陽巾)을 쓰고, 궁금포(宮錦袍)를 입고, 백옥선(白玉扇)을 들고, 안석(案席)에 비스듬히 앉았으니 기상이 봄바람 같이 호탕하고 정신이 가을달 같이 맑아 병들었던 것 같지 아니하였다.
  "가까이 앉으시오."
  영양이 들어온 줄을 알고 웃음을 머금고 머리를 숙이고 앉았다.
  난양이 말하였다.
  "상공께서 기체 지금 어떠하십니까?"
  승상이 정색하고 말하였다.
  "요새는 풍속이 좋지 못하여 부인이 작당하고 가장을 조롱하니, 내가 비록 어질지 못하나 대신의 위치에 있어 문란해진 풍속을 바로잡을 일을 생각하여 병이 들었는데 이제는 나았으니 염려마십시오."
  영양이 말하였다.
  "그 일은 첩들이 알지 못하거니와 승상의 병환이 쾌치 못하면 태후께 여쭈어 명의를 불러 치병(治病)코자 합니다."
  승상이 아무리 웃음을 참고자 하였지만, 실상 '정소저가 죽었는가?' 하였는데, 이날 밤에 소저가 살아 있는 줄을 알고 비록 속였으나 그리워하던 심사를 참지 못하고 생각하는 마음을 이기지 못하여 크게 웃어 말하였다.
  "이제 부인을 지하에 가 상봉할까 하였더니 오늘 일은 진실로 꿈 속입니다."
  하며, 옥수를 잡고 희롱하니 원앙새가 초목 사이의 푸른 물을 만난 듯, 나비가 붉은 꽃을 본 듯 그 사랑함을 이루 헤아리지 못할 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