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몽 (九雲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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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운몽(九雲夢)-30 구운몽下-7 덧글 0 | 조회 587 | 2015-06-04 09:05:27
학전  

구운몽(九雲夢)-30 구운몽下-7

 

태후가 말하였다.
  "양상서가 돌아오지 않았으니 정사도의 여자에게 다른 혼인을 급히 하게 하면 어떠한가?"
  상이 대답지 아니하고 나가니 난양공주가 이 말씀을 듣고 태후께 고하여 말하였다.
  "낭랑은 어찌 이런 말씀을 하십니까? 정가의 혼사는 제 집 일인데 어찌 조정에서 권하겠습니까?"
  태후가 말하였다.
  "내가 벌써 너와 의논코자 하였다. 양상서는 풍채와 문장이 세상에 으뜸일 뿐 아니라, 퉁소 한 곡조로 네 연분을 정하였으니 어찌 이 사람을 버리고 다른 데서 구하겠느냐. 양상서가 돌아오면 먼저 네 혼사를 지내고 정사도 여자로 첩을 삼게 하면, 양상서가 사양할 바가 없을 텐데 네 뜻을 알지 못하여 염려스럽구나."
  공주가 대답하여 말하였다.
  "소저가 일생 투기(妬忌)를 알지 못하니 어찌 정가 여자를 꺼리겠습니까? 다만 양상서가 처음에 납폐하였다가 다시 첩을 삼으면 예가 아니요, 또 정사도는 여러 대에 걸친 재상의 집입니다. 그 여자로 남의 첩이 되게 함이 어찌 원통치 아니하겠습니까?"
  태후가 말하였다.
  "네 뜻이 그러하면 어찌 하면 좋겠느냐?"
  공주가 말하였다.
  "들으니 제후에게는 세 부인이 가하다 합니다. 양상서가 성공하고 돌아오면 후왕(侯王)을 봉할 것이니, 두 부인 취함이 어찌 마땅치 아니하겠습니까?"
  태후가 말하였다.
  "안된다. 사람이 귀천이 없다면 관계치 아니하겠지마는 너는 선왕(先王)의 귀한 딸이요, 지금 임금의 사랑하는 누이다. 어찌 여염집 천한 사람과 함께 섬기겠느냐?"
  공주가 말하였다.
  "선비가 어질면 만승천자(萬乘天子)도 벗한다 하니 관계치 아니하며, 또 정가 여자는 자색과 덕행이 옛 사람이라도 미치기 어렵다 하오니 그러하면 소녀에게는 다행입니다. 아무튼 그 여자를 친히 보아 듣던 말과 같으면 몸을 굽혀 섞임이 가하고, 그렇치 아니하면 첩을 삼거나 마음대로 하십시오."
  태후가 말하였다.
  "여자의 투기는 예부터 있는데 너는 어찌 이토록 인후(仁厚)하냐? 내 명일에 정가 여자를 부르겠다."
  공주가 말하였다.
  "아무리 낭랑의 명이 있어도 아프다고 핑계하면 부질없고, 더구나 재상가의 여자를 어찌 불러 들이겠습니까? 소녀가 직접 가 보겠습니다."
  이때 정소저가 부모를 위하여 태연한 체 하지만 형용은 자연 초췌하였다.
  하루는 한 여동이 비단 족자를 팔러 왔거늘 춘운이 보니 꽃밭 속에 공작이 수놓여 있었다. 춘운이 족자를 가지고 들어가 소저께 고하여 말하였다.
  "이 족자는 어떠합니까?"
  소저가 보고 놀라 말하였다.
  "어떤 사람이 이런 재주가 있는가? 인간 사람이 아니다."
  하고, 춘운을 명하여,
  "이 족자는 어디서 났으며, 만든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
  여동이 말하였다.
  "우리 소저의 재주인데, 우리 소저가 객중에 계셔 급히 쓸 곳이 있어 팔러 왔으니 값의 많고 적음을 보지 아니합니다."
  춘운이 말하였다.
  "너의 소저는 뉘집 낭자이며, 무슨 일로 객중에 머무느냐?"
  여동이 말하였다.
  "우리 소저는 이통판(李通判)의 누이입니다. 이통판이 절동(浙東) 땅에 벼슬 갈 때, 부인과 소저를 모시고 가는데 소저가 병이 들어 가지 못하여 연지촌 사삼낭(謝三娘)의 집에 처소를 정하여 계십니다."
  정소저가 그 족자를 많은 값을 주고 사 중당에 걸어두고 춘운에게 말하였다.
  "이 족자의 임자를 시비를 보내어 얼굴이나 보고 싶구나."
  하고, 즉시 시비를 보냈다.
  시비가 돌아와 고하였다.
  "억만 장안을 다 보았지만 우리 소저 같은 사람은 없었는데, 과연 이소저는 우리 소저와 같았습니다."
  춘운이 말하였다.
  "그 족자를 보니 재주는 아름다우나 어찌 우리 소저 같은 사람이 있겠느냐? 네가 잘못 보았다."
  하루는 사삼낭이 와 부인과 정소저께 고하였다.
  "소인의 집에 이통판댁 낭자가 거처하고 있는데, 소저의 재덕을 듣고 한번 뵙고자 청합니다."
  부인이 말하였다.
  "내 그 낭자를 보고자 하였지만 청하기 미안하여 못 하였는데, 그대 말을 들으니 어찌 기쁘지 아니하겠는가?"
  다음날 이소저가 흰 옥으로 꾸민 가마를 타고 시비를 데리고 왔다. 정소저가 나와 맞아 침실에 들어가 서로 대하여 앉으니, 월궁(月宮)의 선녀가 요지연(瑤池宴)에 참예한 듯 그 광채가 비할 데 없었다.
  정소저가 말하였다.